시작을 앞두고
1. 한국인을 만나다.
수련을 해나가는 힘은 스스로의 의지도 크지만 아침마다 만나는 선생님과 옆, 앞 매트에서 함께 하루를 여는 도반들의 에너지가 많은 도움이 된다. 눈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한편으로 같이 수련하는 한국 사람 한 명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시안들은 꽤 되지만 다들 한국 분들이 아니었다. 몇 번 한국인이니? 묻다가 이제 묻지 않는다. 그런데 수련 끝나고 앉아 있는데 눈 인사하던 분이 와서 어눌한 한국어로 "한국 분이세요?" 물어보는 것이다. 2세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반가울 수가~ 진짜 반가워서 넘어갈 뻔했다. 신난다. 이게 뭐라고 한국 사람 한 분 있다는 것이 신나게 하는 하루였다.
2. 네가 하고 싶은 게 이거 맞아?
지지난 주 일주일 동안 수련하고 워크숍 듣고 집에 와서 죽이 된 몸으로 최소한의 집안일을 하는데 사무엘이 "너 엄청 지쳐 보여. 앞으로 요가 안 하고 싶겠다 ㅋㅋㅋ" 이러는 것이 아닌가. "반대야. 매일 이렇게 살고 싶다. 나 지금 행복해. 돈 생각해야 하는 것이면 요가, 또 아쉬탕가를 수련으로만 남겨두고 업으로 선택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 같아. 그러나 '금전'만 빼고 생각하면 이거야. 할 때 재밌고 즐거워. 더 배우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나누게 되면 좋고." 이렇게 남겼다. 나는 부지런해 보이지만 세상 게으른 사람이라는 걸 남편은 너무나 잘 안다. 실행력은 엄청나지만 그건 정말 내가 원할 때 문제고 나머지의 일에는 전혀 힘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웃더라. 생각해보니 사무엘과 처음 만나는 날도 목동에서 아쉬탕가 워크샵을 마치고 땀에 쩔어서 매트 들쳐매고 만났었고, 사무엘이 미국으로 떠날 때 나는 인도로 떠났고 참 끈기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여전히 요가는 내 삶에 남아 이어지는 것이 신기하다. 미국에 와서 내 미래를 고민했다. 여전히 고민 중이다. 현재는 남편이 주된 수입원이니 돈에서 조금 멀어져 할 일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혹시 남편이 잘 못 된다면 나도 바다를 책임지고 기를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남편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이 잘못된다면 보험도 있고 길에 나앉지는 않을 거라 말하지만 아이를 낳으니 성장할 때까지는 책임져 줘야 하는 문제를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그 잘못될 것이라는 전제를 제외하고 본다면 요가가 좋다. 아쉬탕가 요가가 좋다. 미래에 업이 되었을 때 "돈"이 좀 안되더라도 선생님을 만났고 수련하고 싶은 곳을 만났으니까 좀 더 스텝을 밟아보려고 한다.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니까 시작하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전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3. Apprenticeship
돌아오는 주부터 수습 시간이 시작된다. 6:00에 요가원 문을 열고 6:30-8:30 어씨를 하고 9:30-11:30 수련을 하는 일정을 10개월 하기로 했다. 아쉬탕가에 대해 푹 빠져 살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어씨하고 수련을 하는 건 예상하고 있던 일이라 그러려니 했고, 몰랐는데 팀, 키노 선생님의 마이솔이 한 달에 일주일씩은 있으시더라. 크게 생각하지 못해서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팀, 키노 선생님과도 수련을 하게 되었고 한 달에 한 두 번씩 워크숍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팀 선생님 워크숍도. 생각보다 더 깊게 빠져야 하는 기간이라 내가 무슨일을 저지른 것인가 아찔하기도 했지만 하고 싶다. 해내고 싶다. 마지막 과정은 내년 키노, 팀 선생님의 TTC에서 어씨를 하며 배우는 것. 앞으로 당분간은 요가와 육아만을 생각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는데, 감사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된다. 누구 하나 아프지 않은 기간이 되면 좋겠다. 오래도록 " 내선생님"을 찾아왔는데 더 깊게 배울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조셉 선생님도 오랜기간 고민했는데 너였다고 이야기 해주시는데 감동이었다. 좋은 스승과 제자가 되어 오래도록 아쉬탕가를 사랑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