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지, 나의 노력
“전, 단순히 그거에요. 내가 알지 나의 노력.”
마음을 울렸다.
그렇다. 내가 안다 나의 노력.
그리고 내가 알아준다면 충분하다.
발리에 와서 근 일주일 동안 말을 할 일이 없었다. 에어비앤비에서, 요가원에서 하는 말이라고 해봐야 고작 하왈유 아임퐈인 땡큐 앤유였다. 요가하고 적당한 고민을 하는 하루가 행복했지만 아는 사람 한 명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암발란스 수업에서 서로를소개하는 시간이 있었고 덕분에 몇 번 낯이 익은 사람들의 국적, 이름을 알고 서로 눈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코코마트(동네마트)에 가서 과자와 군것질거리를 사서 오는 것이 유일한 하루의 낙이자 외출이었던 일주일. 코코마트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암발란스에서 인사를 한 분을 만났다. "어! 안녕:)" " 어! 래디언틀리 암발란스?" "응ㅎㅎㅎㅎ" "너 혼자 여행하는거야??" 서로 묻다가 언제 밥 한끼 같이하자~ 말이 나왔고 내 인스타를 본 그 친구가 "나도 리시케시 티티씨에 관심이 있는데 물어볼 것이 있어"해서 어제 저녁 같이 밥을 먹었다. 드디어 누군가와 저녁을 먹는 구나! 했던 날 ... 그 날 아침엔 요가원에서 혼자 여행오신 한국 언니를 만나 같이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는 친구를, 사람을 어떻게 사귀지... 이러다 정말 혼자 요가하다 돌아가겠구나 했던 일주일이었는데... 용기를 내 말을 건네니 말 할 사람들이 생겼다.
리시는 홍콩에서 ship company에서 일하는 인도 사람이었다. 20년넘게 항해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인천에도 여러번 왔다 가고 20년 동안 바다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홍콩에서 정착한지 5년째. 그러다 보니 몸이 많이 상했었는데 요가를 하면서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허리통증도 다리통증도. 그렇게 요가를 시작해서 발리까지 이르렀고 발리에서 만난 요가선생님들이 좋아 발리로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어제 저녁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요가에 대한 이야기와 삶에 대한 이야기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써보고 싶다. 깊은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내일 아침 비행기로 돌아 가야 한다고 해서 오늘 점심도 같이 먹기로 했다. 역시 점심까지 삶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50살의 인도 아저씨와 29살의 내가 이렇게 대화를 하게 될 줄이야. 아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우붓에서 조금 비싼 밥을 먹었는데 어제 저녁부터 오늘 점심까지 돈을 계속 내는 리시에게 뭘 해줄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마지막 요가 수업으로 뭘 들어야 하나 고민하는 리시에게 "혹시 너 괜찮으면 마지막 요가 수업으로 내가 요가 봐줄게. 아직 스피릿은 부족하지만 피지컬 적으로는 고쳐줄 수 있어. 너가 하고 싶은 아사나 말해봐.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도와줄게." "핀차마유라.ㅎㅎㅎ" 그래서 핀차마유라와 내가 수업시간에 봤던 리시가 조금 놓치고 있는 것들을 봐주기로 했다.
그렇게 발리, 우붓에서 첫 인연과 이별 선물로 요가티칭을 했다. ㅎㅎㅎ 리시의 요가를 봐주며 내가 영어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또 티칭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 리시케시에선 두려웠던 영어티칭이었는데 오늘은 참 재밌었다.
수리야나마스카라를 다시 봐주고, 반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어서 점프백, 스루를 힘들어했던 것을 도와주고, 목이 collapse되고 있던 것을 수정해주고, 기울어져있던 헤드스탠드를 봐줬다. 그리고 베이스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핀차 접근, 연습, 넘어지는 방법을 알려줬더니 마지막엔 핀차를 1초 섰다. 서로 너무 기뻐했다. 진짜 기뻤다. 마치 내가 선 것 처럼 ㅎㅎ
리시를 티칭하며 인도에서의 마지막 300시간영어 티칭을 준비하며 고생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시간이 또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 그 시간들 덕분에 내가 오늘을 즐길 수 있었구나. 누군가를 도울 수 있었구나.
정말 재밌는 어제 오늘이었다.